대전 주택공급 부족… 건설업계 “통합심의 도입이 해결책”

[충청투데이 이정훈 기자] 건설업계가 대전지역의 주택공급 부족에 대한 원인으로 ‘통합심의 부재에 따른 행정절차 지연’을 지목하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가 주택 행정절차에서 인허가 기간 단축을 위해 ‘통합심의’를 도입하는 추세지만, 대전은 아직까지 과거 방식만을 고수하며 주택공급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전지역의 통상적인 주택사업 행정절차 흐름도를 살펴보면 지주사(시행사)가 토지확보 이후 개별적인 사전심의(도시계획·교통·건축·경관)를 받은 이후 보완 여부 확인을 거쳐 사업계획 수립, 시공사 선정, 입주민 모집, 착공 등 순으로 진행된다.

정비사업의 경우 여기에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 등이 추가된다.

이 중 가장 핵심은 사전심의다. 사실상 업계에선 사전심의만 통과한다면 해당 사업 추진의 9부능선을 넘었다고 내다볼 정도다.

문제는 대전지역의 사전심의 기간이 너무나 지체된다는 점이다.

대전은 4개 심의 중 도시계획→교통→건축·경관 순으로 위원회를 각각 개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제각각 심의를 진행하다보니 내부 담당 부서간 사전 조율, 각 부분별 위원회 모집 및 소집 등 한 심의를 개최하기 위한 시일이 상당히 걸린다.

건축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심의가 30일 이내에 의무적으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각 심의별 조건·보완이 필요할 경우 사업자는 이를 재차 수정해야하고 그만큼 사업은 지체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부산과 대구, 광주, 경기권 등에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개 심의를 한번에 진행하는 통합심의를 도입하거나 사전심의를 단축토록하는 조례를 신설하는 등 주택 공급을 위한 각종 기틀마련에 나서고 있다.

실제 부산은 통합심의를 통해 최대 1년여가 소요될 것으로 보였던 886세대 규모의 주택 건립사업을 절반으로 단축시킨 사례도 있으며, 경기도 부천에선 지난 2월 4건의 안건을 통합심의를 진행하며 사업기간을 최소 3개월 이상 단축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대전은 답답한 개별심의 릴레이로 인해 주택공급의 발목을 잡고 있다.

건설업계 한 인사는 “주택사업 인가를 받을 때 유난히 대전지역은 법에 규정한 인허가 승인을 꽉 채워 진행하거나 보완요구 사항 등에 대해선 무기한 끌 때가 많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라며 “비슷한 규모의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체감상 타지역에서 통상 1년여만에 진행되는 사전심의를 대전은 기약없이 미뤄질 때가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인사는 “각 심의에서 타지역은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을 내리지만 대전은 일명 ‘쪽갈이’라는 것이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거나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한 해 수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연계된 모든 부분에 전면 수정을 지시하는 등 고유의 특성이 있다”고 했다.

더불어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심의가 서면심의로 전환되면서 새롭게 도입한 ‘사전자문제도’마저 행정절차를 더 늦추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본심의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과다한 조치계획을 사전자문제도로 걸러 심의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게 시의 도입 취지였다”며 “하지만 현실은 결국 심의를 두 번 받게 되는 꼴이고 오히려 관련부서의 ‘사전검열제도’로 전락하면서 행정절차를 결과적으로 늦추는 큰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에선 공공물량 만큼이라도 통합심의를 도입해 주택 공급을 속도감 있게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경우 이미 주변 시설이 갖춰진 상황에 새로운 주거시설을 구축하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공공물량의 경우 처음부터 지구단위 계획이 세워져 있고 주변도로, 상하수도 등이 주택건립에 제한되지 않게 구축돼 있어 보다 빠른 심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공공물량은 통합심의를 의무도입하고, 차후 민간개발에 대해선 선택권을 줘 통합심의 수요를 늘려나가면 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주택건설협회 대전·세종·충남도회 관계자는 “그동안 주택공급 속도감이 부진했던 대전시에 공공물량이라도 통합심의를 진행해 사업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제안해 왔다”면서 “지금처럼 시가 개선없는 주택행정을 펼친다면 매년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주거 안정화 문제는 장기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시는 통합심의 도입에 공감은 하지만 아직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통합심의 취지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각 위원들의 반발이나 업무적 정리, 범위여부 등 선제 해결해야 할 조정 사안들이 많다”며 “통합심의를 적극 내세우고 있는 부산도 실적면에서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 대전은 앞으로 통합심의를 비롯한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mail protected]